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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객을 잡을수록 공장이 위험해지는 이유

대형 거래처 확보는 기회입니다. 다만 그 계약서에는 대개 물량 약속이 없습니다. 해외에서 세 번 반복된 같은 구조와, 우리 공장에서 오늘 확인할 수 있는 신호 다섯 가지.

· 8분 읽기

5억 7,800만 달러는 투자금이 아니었다

2013년 10월, 미국의 한 소재 회사가 애플과 선급금 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5억 7,800만 달러. 애리조나에 새 공장을 짓고 설비를 들이는 데 쓰였다.

당시 많은 기사가 이것을 애플의 투자로 다뤘다. 계약서는 달랐다. 그 돈은 2015년부터 나눠 갚아야 하는 돈이었고, 더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 계약에는 애플이 얼마를 사겠다는 의무가 없었다.

이듬해 9월, 애플은 새 아이폰에 그 소재를 쓰지 않았다. 한 달 뒤 회사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90% 빠졌고, 갚아야 할 돈은 13억 달러 규모였다. 회사는 그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공장 두 곳을 닫았다.

같은 구조가 세 번 반복됐다

한 번이면 사고다. 그런데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

2017년 4월, 애플은 그래픽 설계를 자체적으로 하겠다며 앞으로 15~24개월에 걸쳐 한 영국 회사의 기술 사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계약을 끊은 것이 아니라 계획을 말한 것뿐이었다. 직전 거래일 268.75펜스였던 주가는 다음 개장 직후 84펜스까지 내려갔다. 그 회사의 2016 회계연도 애플 관련 매출은 6,070만 파운드였다.

2026년에는 독일의 130년 된 배터리 회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 무선 이어폰용 초소형 셀의 사실상 단독 공급사였고, 그 수요에 맞춰 공장을 증설했으며 증설 자금의 일부는 부채였다. 그해 5월 애플이 구매 중단 방침을 확인했고 공급 계약은 10월 말로 끝난다. 공장과 본사에서 약 350명이 자리를 잃는다. 7월 24일, 회사는 법원에 도산 절차를 신청했다.

세 회사의 공통점은 업종도 규모도 나라도 아니다. 한 거래처에 매출이 몰려 있었고, 그 거래처는 사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형 거래처를 놓칠 수는 없다

여기서 "그러니 큰 회사와 거래하지 말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건 현장을 모르는 이야기다.

대형 거래처는 물량을 준다. 물량이 커지면 단가가 내려가고, 단가가 내려가면 다음 견적에서 이긴다. 거래처 이름 자체가 다음 영업의 자격이 되기도 한다. 실재하는 기회이고, 그걸 잡으려는 판단은 합리적이다.

문제는 기회를 잡느냐가 아니라 잡은 다음에 무엇을 보고 있느냐다.

위험은 통보받기 전에 쌓인다

위 세 사례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통보를 받은 날이 아니다. 그전에 이미 다 진행되고 있었다.

수요가 꺾인다. 가동률이 내려간다. 거래처가 다른 공급처를 늘린다. 재고가 남기 시작한다. 전용 설비의 감가는 그대로 나간다. 이 신호들은 전부 회사 안 어딘가에 숫자로 남아 있다. 다만 한자리에 모여 있지 않을 뿐이다.

오늘 확인해 보실 수 있는 신호 다섯 가지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실 수 있는 것들이다. 답이 바로 안 나온다면, 그 자체가 답이다.

  1. 상위 거래처 매출 비중 — 매출 1위 거래처가 전체의 몇 퍼센트인가. 작년과 비교해 올라갔는가, 내려갔는가.
  2. 전용 설비의 가동률 — 특정 거래처 물량 때문에 들인 설비가 있다면 지금 몇 퍼센트로 돌고 있는가. 다른 품목으로 돌릴 수 있는가.
  3. 미출고와 장기 재고 — 그 거래처용 자재와 반제품이 창고에 몇 달째 있는가. 금액으로는 얼마인가.
  4. 주문의 추세 — 월별 수주가 늘고 있는가, 줄고 있는가. 최근 6개월이 그 앞 6개월과 어떻게 다른가.
  5. 그 거래처가 빠졌을 때의 손익분기점 — 매출에서 그만큼이 빠지면 우리는 몇 개월을 버티는가.

숫자가 없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공장은 이 다섯 가지를 이미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각각 알고 있다. 주문은 메일과 팩스에, 생산 실적은 현장 일지에, 재고는 창고 장부에, 원가는 담당자 엑셀에, 설비 이력은 또 다른 파일에 있다.

그래서 "1번 거래처가 빠지면 우리 손익이 어떻게 되는가"라는 한 문장짜리 질문에 답하려면 며칠이 걸린다. 며칠이 걸리는 질문은 결국 아무도 묻지 않게 된다.

판단을 안 하시는 게 아니다. 판단할 재료가 제때 모이지 않는 것이다.

다부가 하는 일

다부는 회사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한자리에서 보이게 만들고, 대표님이 먼저 보셔야 할 것을 위로 올려 둡니다. 거래처 이탈을 막아 드리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 신호를 더 일찍, 근거를 가지고 보시게 할 수는 있습니다.

출처

우리 회사의 거래처 집중도와 반복 확인 업무를 함께 살펴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