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 잘하는 직원의 엑셀이 회사의 진짜 매뉴얼입니다
회사마다 고유하게 일하는 방식은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회사가 자라면서 생깁니다. 그 방식은 대개 가장 일 잘하는 직원의 엑셀 안에 있습니다. 그 직원이 휴가를 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그 지식을 회사에 남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회사가 실제로 돌아가는 곳
ERP에는 품목, 자재 구성, 매출과 매입 같은 꼭 필요한 기록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는 거기에 없습니다.
AI Frontier Korea 인터뷰(2026년 10월)에서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는 이 지점을 짚었습니다. 회사 고유의 일하는 방식은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회사가 시장에서 자리 잡으며 진화한 것이고, 요즘 말로 하면 암묵지라고 했습니다. 그 지식은 대개 가장 유능한 직원의 PC에 있는 엑셀과 문서에 흩어져 있고, 조직은 그 엑셀 위에서 돌아가며 최종 결과만 ERP로 보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진화하지 않은 시스템에 진화하는 조직이 적응한 결과라고 불렀습니다.
엑셀은 문제가 아닙니다
적응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엑셀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회사가 커지는 동안 장부가 따라오지 못했고, 일 잘하는 사람이 그 틈을 엑셀로 메웠습니다.
예를 들면 그 엑셀에는 이런 것이 들어 있습니다.
- 판단 기준 — 이 거래처는 납기를 하루 당겨 잡는다, 이 자재는 대체품을 써도 된다
- 예외 처리 — 단가가 바뀌었을 때, 반품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했는지
- 중간 계산 — 필요 수량, 잔량, 원가를 맞추던 계산. 장부에는 최종 숫자만 들어갑니다
- 순서 — 누구에게 먼저 묻고, 무엇을 확인한 뒤 넘기는지
같은 인터뷰에서 코스맥스 고종옥 PI혁신부문장은 빨리 큰 회사일수록 일하는 방식이 문서로 남아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선배에서 후배로 말로 전해지고, 눈치 빠른 직원이 엑셀로 혼자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엑셀 파일은 저장되지만, 그 안의 중간 계산은 회사의 데이터가 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 직원이 휴가를 가면
다부가 만난 TV 리퍼비시 공장에서는 모델과 부품의 호환 기준이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었고, 그것이 이전 시스템 도입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특수금속 유통·가공 회사에서는 정척이 없을 때 어떤 재고를 깎아 쓸지 찾는 일이 전부 사람 몫이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그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같은 질문이 대표님께 다시 올라오기 쉽습니다. 예외를 처리하던 기준이 사라지고, 새 직원은 엑셀 파일은 받아도 판단 순서는 받지 못합니다.
회사에 남기려면
인터뷰에서 고 부문장은 자기 회사 업무의 전문가는 결국 그 회사 사람이므로, 회사가 직접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AI와 함께 하면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다부는 먼저 그 직원 옆에서 하루를 따라가며 실제로 쓰는 엑셀과 양식, 확인 요청을 함께 펼쳐 봅니다. 판단 자체는 사람이 하되, 판단할 때 무엇을 보았는지와 예외가 무엇이었는지를 일하는 화면 안에서 짧게 기록합니다. 이것이 쌓이면 회사 기준표가 되고, 새 직원도 그 기준표로 배울 수 있게 남깁니다.
엑셀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 엑셀을 만든 사람의 판단이 회사에 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출처
- AI Frontier Korea EP117 「강북의 IT가 바뀐다: AI 시대의 ERP와 지식 노동」, 노정석 × 고종옥, 2026년 10월 3일 녹화. https://youtu.be/NJJYtWhaPRs (해당 대목 20:14~23:02, 26:41~27:34). 인터뷰 내용은 자막을 바탕으로 요지를 옮겼습니다.
- 현장 사례는 회사 이름을 빼고 업종만 남겼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장부 바깥으로 빠지는 확인과 반복 입력이 어디에 있는지 함께 살펴봐 드립니다.